은천교회

목회칼럼

 

겸손

  • 성지현
  • 2024.02.24 오후 01:16

  어느 신문사 기자가 싱가포르에 취재하러 가서 경험한 일입니다. 당시 싱가포르는 리콴유(Lee Kuan Yew)가 총리로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자는 취재하러 방문한 공연장에서 리콴유의 부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연세가 지긋한 노부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줄을 서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입장권을 구입한 리콴유의 부모는 일반석 평범한 의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별석도 아니고 1등석도 아니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기자는 리콴유의 부모를 찾아갔습니다. “리콴유 총리님의 부모님 맞으시죠?” “그렇습니다마는?”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자는 자기 신분을 밝히고 정중히 물었습니다. “총리의 부모님이나 되시는 분이 왜 여기에 앉아 관람하셨습니까?” 노부부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 아들이 총리인 것과 내가 일반석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아들이 총리이지 우리가 총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리콴유의 부모는 아들이 총리가 된 후에도 경호를 비롯하여 어떤 혜택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면서 평생 해오던 시계 수리점을 70세가 넘도록 운영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노부부에게 총리직은 그저 아들의 직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는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주변에 머물며 뭐라도 얻어내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언제 어디서나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마음 한쪽에 욕심이 생기고 그 중심을 잃어갈 때는 하나님의 아들로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어느 교회에 존경받는 분이 계셨습니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하셨고, 연세가 70이 넘으신 장로님이셨습니다. 그 교회 성도들은 장로님 앞에 조용해집니다. 숨을 죽이고 엄숙해진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성도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 장로님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합니다. 누가 허리를 굽히기라도 하면 장로님은 90도로 숙이시고, 누가 90도로 인사를 하면 장로님은 무릎을 꿇으십니다. 어느 성도가 한 번은 장로님 앞에 무릎을 꿇었더니 장로님은 아예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버리셨다고 합니다.

  사순절 둘째 주일 아침, 조용히 십자가를 그려봅니다. 아무런 죄도 허물도 없으신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우리가 맞을 채찍을 대신 맞으시고.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살 것을 당부했습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2:3)라고 강조합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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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손
  • 2024-02-24
  • 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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